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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숙
LEE JAE S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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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어릴 때부터 자연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늘을 바라보면 구름은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었고, 물결은 바람에 따라 흔들리며 예상치 못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손에 흙을 쥐고 빚으면 내 의도대로 흘러가다가도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형태를 만들었다. 그 과정이 마치 우주의 원리를 작게나마 재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예술을 통해 ‘존재’와 ‘생성’이라는 개념을 탐구한다.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낸다. 양자미학적으로 본다면, 나의 작품은 단순한 물리적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능성의 장(場)이다. 각각의 조형물은 독립적인 개체이지만, 서로 연결될 때 비로소 더 큰 의미를 형성한다. 이것이 바로 나의 예술관이다.

    기본적인 도형, 단순한 선, 그리고 유기적으로 변형된 구조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다. 그것들은 세계를 이해하는 나만의 방식이며, 미시적 요소들이 모여 거대한 전체를 형성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부분과 전체의 관계, 개별성과 공존의 조화, 생성과 소멸의 순환—이 모든 개념이 나의 작품 속에 녹아 있다.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철학에서 반복과 차이는 단순한 동일성의 반복이 아니라, 차이를 생성하는 힘이다. 나는 작품을 만들면서, 같은 형태를 반복하지만 그 과정에서 미묘한 변주를 시도한다. 이는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는 차이의 표현이다. 들뢰즈는 ‘리좀(Rhizome)’ 개념을 통해 중심이 없는 비선형적 사고를 강조했다. 나의 작업도 특정한 중심이 존재하지 않는 유기적인 연결망을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원형 도자 형태를 제작한 후, 그 형태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다시 결합할 때, 처음의 형태와 전혀 다른 새로운 구조물이 탄생한다. 이는 단순한 변형이 아니라, 각 조각이 서로 새로운 관계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이는 들뢰즈가 말한 ‘차이의 반복’이며, 리좀적 구조를 갖는다. 즉, 작품은 일정한 패턴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분기하며 끊임없이 새롭게 구성될 수 있다.

    또한, 나의 작품에서 다양한 도형들이 조합되는 방식은 데리다(Jacques Derrida)의 해체주의 개념과도 연결된다. 데리다는 고정된 의미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는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주되고 재구성된다고 보았다. 나의 작업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형태는 그것이 배치되는 맥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기본 도형(원, 사각형, 삼각형)은 고정된 기하학적 요소이지만, 그것들이 놓이는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서사를 만들어낸다. 관람자가 그것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형태가 왜곡되거나 새로운 의미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데리다가 말한 ‘차연(différance)’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작품은 하나의 단일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새로운 해석을 요구한다.

    나는 흙을 통해 미시적 세계의 상호작용이 거시적 패턴을 형성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사물은 결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하나의 사물을 바라볼 때조차, 우리의 지각과 환경 속에서 그 의미는 달라진다. 마치 텍스트가 고정된 의미를 가지지 않고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처럼, 나의 작품도 완성된 후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의미를 생성해 나간다.

    세라믹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물질과 과정이다. 흙은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불을 만나면 단단해진다. 물성과 온도가 만나 하나의 형태가 탄생하듯, 나의 작품도 나와 환경, 그리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계속해서 변주된다. 나는 그 흐름을 받아들이고, 작품이 하나의 메타포로 기능하기를 바란다. 그 메타포는 우주의 리듬이기도 하고, 인간관계의 공명이기도 하고, 나의 삶과 조형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기도 한다.

    결국, 나는 세라믹 작업을 통해 하나의 파동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파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닿아, 또 다른 울림을 만들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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